
봄꽃 축제 기간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이 생기지 않으십니까. "축제 기간에 가야 제대로 즐기는 건데,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 저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축제가 끝난 직후에 공곶이를 찾았고 오히려 그게 더 잘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 자리한 공곶이는 해마다 3월이면 노란 수선화와 쪽빛 바다가 어우러지는 곳으로, 축제 시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었습니다.
공곶이 탐방 코스 — 알고 가면 다르다
공곶이는 예구마을을 출발점으로 삼는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들머리에서 언덕까지 약 500m 오르막을 오르고, 이후 공곶이까지 총 1.2km를 걸으면 약 20~25분이 소요됩니다. 공곶이에서 후릿자리를 지나 애구마을까지는 3.1km, 시간으로는 1시간 40분 정도를 잡으면 됩니다. 전체 탐방 코스는 4.3km 내외이며 넉넉하게 3시간을 예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탐방로(探訪路)란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생태·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장소를 연결한 안내 경로를 말합니다. 공곶이의 탐방로는 수선화 군락지와 동백나무 숲, 해안 전망대를 순서대로 연결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걷는 내내 풍경이 바뀌는 구조입니다.
제3회 공곶이 수선화 축제는 2024년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열렸습니다. 축제 당일 약 70% 개화를 보이던 수선화가 행사 기간에 맞춰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전해졌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탐방로가 일방통행(一方通行)으로 운영됩니다. 일방통행이란 탐방객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도록 동선을 제한하는 방식인데, 인파가 집중될 때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차량 역시 통제되어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진을 천천히 찍고 싶고, 걷다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싶은데, 일방통행에 셔틀버스라면 제 스타일의 여행과는 거리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축제 기간을 꼭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공곶이를 일군 고 강명식 할아버지와 고 지상학 할머니의 이야기도 이 공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두 분은 진주에서 애구마을로 인연이 닿아 이곳에 터를 잡고, 334개의 돌계단을 손수 만들고 33,000평방미터의 땅을 매입해 50여 종의 나무와 꽃을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피톤치드(phytoncide)가 가득한 동백나무 숲이 조성된 것도 그 결과입니다. 피톤치드란 수목이 해충과 병균을 방어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분비하는 휘발성 물질로, 사람에게는 면역력 강화와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립산림과학원).
탐방 코스 핵심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들머리 → 공곶이: 1.2km, 약 20~25분
- 공곶이 → 후릿자리 → 애구마을: 3.1km, 약 1시간 40분
- 전체 코스: 약 4.3km, 넉넉히 3시간
- 축제 기간: 일방통행 운영, 차량 통제 및 셔틀버스 운행
- 주차: 예구마을 주차장 이용 (축제 기간 외에는 공곶이 주차장 이용 가능)
다율농원과 축제 이후 방문 — 여유롭게 즐기는 방법
저는 축제가 끝난 뒤 공곶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사진을 찍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고, 걷다가 바다가 보이면 그냥 멈춰 서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축제 기간이 아니면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다율농원은 공곶이 탐방 코스 초반에 위치한 곳으로, 올라가는 초반 구간은 꽤 가파른 경사입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봤는데, 처음에는 숨이 조금 찼습니다. 그런데 언덕을 넘으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수선화를 판매하는 공간도 있었고, 무엇보다 동백나무 군락이 터널처럼 이어지는 구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백나무 터널이란 키가 크고 빽빽하게 자란 동백나무 가지들이 탐방로 위를 덮어 마치 초록 터널처럼 형성된 구간을 말합니다. 꽃이 없는 시기였음에도 그 초록 터널을 걷는 것만으로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백나무는 상록교목(常綠喬木)으로, 사계절 내내 잎이 지지 않는 나무입니다. 상록교목이란 일 년 내내 녹색 잎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큰 나무를 뜻하는데, 덕분에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도 울창한 숲의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탐방로 중간에 카페가 있어서 걷다가 잠깐 쉬기에도 좋았습니다. 올라오면 공곶이 수목원이 나오고, 그 너머로 내도, 외도,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외도(外島)는 민간이 가꾼 해상 식물원으로 국내 생태관광 명소 중 하나이며, 해금강(海金剛)은 해식작용으로 형성된 기암절벽 지형을 가리킵니다. 해식작용이란 파도와 조류가 해안 암석을 오랜 시간에 걸쳐 깎아내는 지질 현상으로, 공곶이 주변 해안 지형이 독특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지형적 맥락을 알고 보면 단순히 "경치 좋다"는 감상을 넘어 이 공간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까지 느껴집니다.
포토존에 야자나무가 있었던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거제 바다와 야자나무가 조합되니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인 느낌이 났습니다. 후박나무도 탐방로에서 볼 수 있었는데, 후박나무는 한방에서 소염 및 진통 효과로 쓰이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와 넓은 바다를 바라봤을 때, 그 여유로운 풍경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봄꽃 생태관광 명소로 거제시가 공곶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몸으로 이해한 시간이었습니다(출처: 거제시청).
축제 기간에 가면 만개한 수선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반면 저처럼 사람 없는 풍경을 좋아하고, 걸음을 멈추고 싶을 때 멈추는 여행을 즐기는 분이라면 축제가 끝난 직후를 노리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어떤 방문이 더 좋은지는 결국 각자의 여행 스타일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공곶이는 봄철 수선화 시즌이 아니어도 동백나무 터널, 해안 전망, 후릿자리의 어촌 역사까지 층층이 볼거리가 쌓여 있는 공간입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저는 또 축제 기간을 살짝 비껴 올 것 같습니다. 여유롭게 걷고 싶은 분께는 이른 아침 평일 방문을 권하고 싶습니다. 탐방 전에 거제시 관광 안내를 통해 개화 상황을 미리 확인하고 가시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