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에 어디 데려갈지 몰라 막막했는데, 지인이 세종호수공원을 추천해 줬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호수 하나 있는 공원이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이와 함께 반나절을 보내고 나서야 "이걸 왜 이제 왔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공원이 너무 넓어서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저도 처음엔 입구에서 잠시 멈칫했습니다. 종합안내판 앞에 서서 보니 산책로가 무려 세 가지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최단 코스인 A코스가 1.8km, 가장 긴 C코스는 4.4km에 달합니다. 여기서 수변 산책로(Waterfront Trail)란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보행 동선으로,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수생 생태계와 조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노선을 말합니다.
저희는 아이가 있어서 처음부터 전 구간을 걸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신 중앙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앞에 있던 어울링 공영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어울링은 세종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으로, 공원 인근 거점에서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서 다리가 아플 걱정 없이 넓은 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었습니다. 아이도 자전거를 타면서 훨씬 신나 했고, 저도 편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아래 코스 선택 기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유아·노약자 동반: A코스(1.8km), 자전거 대여 병행 추천
- 가족 나들이 반나절: B코스, 플로팅 아일랜드와 모래사장 포함
- 운동 목적 혹은 야경 감상: C코스(4.4km), 저녁 시간대 권장
도시전망대에서 본 공원 전경
전망대에 올라가기 전, 입구에 온실이 하나 생겨 있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온실이었는데, 안에 포토존이 잘 꾸며져 있어서 아이가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온실 안 식물 배치나 조명이 꽤 신경 쓴 흔적이 보였고, 사진이 자연스럽게 잘 나오는 구도였습니다.
온실을 지나 맨 위층에 올라서는 순간, "와, 넓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360도 오픈 조망이라 사방이 막힘 없이 트여 있었습니다. 조망(Observation View)이란 일정 높이에서 넓은 범위의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시야를 뜻하는데, 이 전망대는 호수 전체는 물론 세종시 스카이라인까지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정확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전망대 주변으로 매화나무가 꽤 심겨 있었고, 내려오면서 산수유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봄에 방문하면 매화와 산수유가 동시에 만개해 있어서 꽃구경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세종호수공원은 수변식재(Waterfront Planting) 방식을 적극 도입한 공원으로, 계절마다 다른 식물이 피고 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변식재란 물가 주변에 수생식물과 초화류를 함께 배치해 생태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경관 효과를 높이는 조경 기법을 말합니다.
플로팅 아일랜드와 모래사장, 공원 안에서 다 된다
세종호수공원이 일반 공원과 다른 점은 호수 위에 실제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란 수면 위에 부유 구조물을 띄워 조성한 이동식 소형 섬을 말하는데, 이곳에는 총 다섯 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상 무대섬은 672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운영되는데, 금강의 조약돌 형상을 모티브로 설계된 외관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놀이 섬 쪽에 가면 해변처럼 조성된 약 150m 길이의 모래사장이 펼쳐집니다. 바다가 아닌 도심 호수 안에서 모래 위를 걷는 경험이 꽤 신선했습니다. 아이가 모래를 밟으며 뛰어다녔고, 저는 그 앞으로 펼쳐진 햇빛과 수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평일에도 꽤 많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이 구역에 몰려 있었습니다.
공원 조성 배경을 보면, 세종호수공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에 따라 조성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인공 호수 공원입니다. 수변 생태경관(Waterfront Ecological Landscape)이란 인공 수계와 자연 생태를 연계해 시민들이 생활권 안에서 생물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 환경을 말하는데, 이 공원이 그 개념을 실제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야경 명소로도 손색없는 이유
전망대에서 내려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에도 이렇게 예쁜데, 밤에는 얼마나 더 멋있을까." 실제로 세종호수공원은 야경 명소로 입소문이 꽤 난 곳입니다. 고사분수(High-Pressure Water Fountain)가 최대 50m까지 물을 뿜어 올리는데, 고사분수란 수압을 높여 물줄기를 수십 미터 상공으로 분사하는 대형 분수 시설을 말합니다. 낮에 봐도 시원했는데, 조명과 음악이 더해지는 야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대나무숲 구간을 걸으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빽빽하게 자란 대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꽤 듣기 좋았습니다. 노무현공원 방향의 바람의 언덕도 들렀는데,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라더니 사진 찍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호수를 등지고 펼쳐진 언덕 경치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공원 곳곳에 점자 안내판과 음성 안내, 스마트 안전 장비가 갖춰져 있어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연령이나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나 제품을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이 공원이 그 원칙을 꽤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는 행복도시 내 공공 공간 설계 시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의무 적용하고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사람들이 이 공원을 자꾸 찾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냥 걷거나, 앉아 있거나, 자전거를 타다 쉬어도 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잠깐의 걱정을 내려놓고 싶을 때 찾아오기에 딱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엔 저녁에 다시 오기로 아이와 약속했습니다. 연인과 야경 데이트 장소를 고민 중이라면 이 공원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벤치도 곳곳에 많고, 산책로 정비도 잘 되어 있어서 부모님 모시고 오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니, 한 번 왔다고 끝이 아닌 공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