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섬 여행이라면 무조건 제주도여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배를 타고 딱 10분, 충남 홍성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몰디브라 불리는 죽도, 직접 다녀오고 나니 왜 이제야 알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죽도 배편 정보와 방문 전 체크사항
죽도를 처음 검색했을 때 "당일치기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당일치기는 조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둘레길을 제대로 걷고, 식사까지 해결하고, 여유 있게 섬을 즐기려면 최소 3시간 이상이 필요합니다.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아이와 함께 다녀왔는데, 느긋하게 걸으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죽도로 가는 거점은 남당항입니다. 남당항 해양분수공원 끝자락 방파제 쪽으로 걸어가면 약 15척의 어선이 정박한 사이에 죽도행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매표소를 찾는 것 자체가 작은 탐험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남당항 내에는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으니 인근 주차장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배편 운항 시간은 평일과 주말이 다르게 운영됩니다. 제가 방문 전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기도 한데, 아래에 핵심만 정리했습니다.
- 평일 출발: 오전 9시, 11시, 오후 1시, 2시, 4시
- 주말 추가 편: 오전 10시, 정오, 오후 3시 (평일 시간표에 추가)
- 왕복 요금: 성인 12,000원 / 청소년 11,000원 / 65세 이상 10,000원 / 소아 6,000원
-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항이므로 방문 일정에서 반드시 제외
- 발권 시 신분증 필수 지참
여기서 운항 취소 가능성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섬 여행에서 운항 취소란 기상 악화나 강한 바람 등으로 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도서 지역 특성상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잦습니다. 저도 출발 전날 남당항(041-631-0103)에 전화로 확인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안심이 많이 됐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운항 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으니 전화 문의는 필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홍성군청에 따르면 죽도는 홍성군 유일의 유인도(有人島)로, 섬 자체의 행정 및 관광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출처: 홍성군청). 유인도란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며 생활하는 섬을 의미하며, 그래서 죽도에는 민박, 식당, 체험 프로그램 같은 편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습니다.
죽도 둘레길과 무인도 해상투어, 뭐가 더 좋을까
죽도에 대해 "풍경만 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직접 다녀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섬의 콘텐츠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우선 죽도의 핵심은 둘레길입니다. 죽도항에서 출발해 해안을 따라 섬 한 바퀴를 도는 트레킹 코스(섬을 따라 도보로 순환하는 길)로, 흙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운동화만 신으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둘레길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경치가 좋아서만이 아닙니다. 전국 섬 트레킹 코스 중 유일하게 대나무 숲이 포함된 구간이 있어서, 걸음마다 느낌이 계속 바뀝니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 그 사이로 드리워지는 시원한 그늘은 여름에도 걷는 게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둘레길 곳곳에는 1조망, 2 조망, 3 조망 이렇게 세 곳의 조망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조망 쉼터란 360도 파노라마 형태로 바다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망 공간을 말합니다. 저는 2 조망 쉼터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에메랄드빛 바다가 사방으로 펼쳐지는 그 광경은 사진으로는 담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건 용난듬벙이라는 기암괴석 지형 옆에 조성된 인공폭포였습니다. 폭포 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는 그 시간이 꽤 좋았습니다. 전체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숙박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편입니다. 캠핑장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민박을 선택한 것이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민박을 이용하면 주변 11개 무인도를 한 바퀴 도는 해상 투어를 별도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해상 투어란 선박을 이용해 본섬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을 돌며 경관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으로, 작은 크루즈 여행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무인도 군락은 둘레길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이 투어는 민박 이용객에게만 제공되는 특전이니, 1박 2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캠핑보다 민박을 고려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캠핑장은 현장 선착순 운영이므로 이른 방문을 원하신다면 그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갯벌 체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갯벌 체험이란 조간대(조수의 간만 차이로 드러나는 갯벌 지역)에서 바지락이나 조개류를 직접 캐는 체험 활동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죽도세끼' 프로그램과 연계해 우럭 낚시, 대하 시식까지 즐길 수 있으니 미식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류 예보 정보에 따르면 서해안 갯벌 지역은 조위(조수 높낮이) 변화가 크기 때문에, 체험 시간대 조수 정보를 미리 확인해두면 더욱 알찬 체험이 가능합니다(출처: 국립해양조사원).
죽도를 한 번 다녀와 보면 다시 가고 싶어집니다. 제주도보다 훨씬 가깝고, 비용 부담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습니다. 울창한 대나무 숲과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직접 눈으로 보는 순간, 평소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일치기보다는 1박 2일 일정을 권합니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같은 섬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드문 경험입니다. 힐링이 목적이라면 그 하루를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